돌이켜 생각해 보면 에트나 분화구에서 과호흡이 대체 왜 온 것인가. 산을 오르다가 잠시 쉬는 와중에 들었던 가이드의 말도 한몫했던 것 같다. 화산이 터지는 것을 얼마나 미리 예측할 수 있냐고 물었을 때 그는 6시간 전이라고 말했다. 그가 6시간이라고 말했을 때 모두가 그럼 우리가 올라온 지 대충 몇 시간쯤 된 것인지 생각에 잠긴 표정이었고, 계산을 마친 뒤 모두의 표정이 미세하게 굳었다. 이쯤이면 이 투어는 안전한 것인지, 에트나에 사람이 올라가도 되는 것인지 마음속에 작은 물음표가 생기고 있었다.
Etna 2025
과호흡이 와 표정이 좋지 않아진 것을 보고 가이드가 옆으로 다가왔다. 어디서 왔는지, 형제자매는 있는지, 동생의 이름은 무엇인지 물었다. 마취가 들 때였는지 풀릴 때였는지, 언젠가 의사에게 받았던 질문들 같았다. 오래 생각하지 않아도 답할 수 있는 질문에 기계적으로 대답하다 보니 조금 진정이 되었다. 그는 안전하니 안심하라며 벼랑에 서서 두 팔을 벌리고 웃어 보였다. (하나도 안전해 보이지 않았다) 진정이 조금 되었지만 여전히 바람은 날카롭게 불고 유황 냄새와 회색 연기는 독했다.
Etna 2025
이제는 그저 투어가 끝나기만을 바라고 있었지만, 가이드는 끝없이 다른 분화구로 데려갔다. 3년 전에 터진 분화구, 2년 전에 터진 분화구, 작년에 터진 분화구… ‘젠장 또 분화구에 데려가네… 이제 분화구라면 지긋지긋하다’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경관을 보러 왔지만, 그저 무사히 걸어 나가길 바라며 눈앞만 간신히 볼 뿐이다. 하늘에 이렇게 높이까지 가닿아서, 게다가 한 해가 멀다 하고 분화가 일어나는 이곳에서 사람에게 허락된 여유는 그 정도인 것이다.
Etna 2025
약 45억 년 전, 지구의 표면이 붉은 물로 뒤덮인 시절이 있었다. 바위가 녹아 붉은 물이 온 지구를 덮던 때. 지구가 지금보다 빠르게 돌아 지금의 하루 동안 밤이 몇 번씩 찾아왔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절. 달은 지금보다 훨씬 가까이 있었다. 바닷물이 달에 이끌리듯 이 붉은 물도 달에 이끌렸다. 달이 당기는 힘에 지구가 늘어나고 줄어들며 열이 생겼고, 그 열이 땅속의 붉은 물을 더 많이 쏟아내게 했을지도 모른다. 시간이 흐르며 붉은 물의 표면이 식고 굳어 처음의 땅이 되었다.
그보다 한참 뒤, 땅이 벌어진 틈으로 땅속의 붉은 물을 길어 올리기 시작한 이곳 에트나. 분출하고 쌓이고, 때로는 무너지며 다시 쌓였다. 약 50만 년 전부터 화산 활동이 이어져 해발 3,000m 넘게 솟은 이곳에 어리석은 개미 같은 인간들이, 고작 100년 남짓 살아내는 인간이 올라오는 일의 덧없음에 대해 생각한다.
Etna 2025
몇 개의 분화구를 더 보고 드디어 하산을 하게 되었다. 찰기 없는 퍼석한 땅은 올라갈 때보다 내려갈 때가 더 문제였다. 어느 시점부터 몇몇은 걸어 내려가기를 포기하고 등산용 폴대를 스키 폴대처럼 사용하여 스키 타듯 미끄러져 내려오기 시작했다. 화산 사막 스키였다.
Letter from Matter는 2주에 한 번, 일요일 오전에 발행합니다.
![[Letter from Matter #03] 붉은 물과 달 (Red Water and the Moon) — 1](/_next/image?url=https%3A%2F%2Fcdn.sanity.io%2Fimages%2Fl9650n34%2Fproduction%2Fa371259d2333cb0241357368617b253b1131e780-972x1462.png%3Fw%3D972%26q%3D85%26auto%3Dformat&w=3840&q=85)
![[Letter from Matter #03] 붉은 물과 달 (Red Water and the Moon) — 2](/_next/image?url=https%3A%2F%2Fcdn.sanity.io%2Fimages%2Fl9650n34%2Fproduction%2F585aab1de50a9444bed6a47df43e82e771cca3d4-988x1500.png%3Fw%3D988%26q%3D85%26auto%3Dformat&w=3840&q=85)
![[Letter from Matter #03] 붉은 물과 달 (Red Water and the Moon) — 3](/_next/image?url=https%3A%2F%2Fcdn.sanity.io%2Fimages%2Fl9650n34%2Fproduction%2F17acb46d045f3e9522f301f75e0bedddf1797377-1540x1010.png%3Fw%3D1540%26q%3D85%26auto%3Dformat&w=3840&q=85)
![[Letter from Matter #03] 붉은 물과 달 (Red Water and the Moon) — 4](/_next/image?url=https%3A%2F%2Fcdn.sanity.io%2Fimages%2Fl9650n34%2Fproduction%2F8528048fba55234b2a153e04027c1b53b43fece6-914x1376.png%3Fw%3D914%26q%3D85%26auto%3Dformat&w=3840&q=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