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륙의 시간 : 인공 기원 암석 (Anthropogenic Rock)
태고의 자연을 떠나 다시 도시에 섰을 때, 나를 감각하게 하는 것은 또 다른 종류의 거친 물성이다. 그 날선 감각은 유년의 기억을 떠오르게 한다. 종아리에 닿을까 두려워 멀찍이 떨어져 걷던 용접 불꽃의 기억. 코를 찌르던 쇠 냄새와 회색빛 콘크리트 벽. 온갖 철이 잘리고 구부러지고 붙여지는 공업 지대에서 우리 가족은 3대에 걸친 삶을 이어왔다.
녹슨 철과 구리, 벗겨진 도장과 마모된 콘크리트는 도시에서 나고 자란 나의 유년을 부르는 ‘인공의 노스텔지어’다.
억겁의 지질학적 시간 앞에서 내가 발 딛고 살아 온 도시의 생애는 찰나에 불과하다. 나는 번성했으나 지금은 흔적만 남은 폼페이나 하시마섬처럼, 먼 미래에 화석으로 남을 서울의 풍경을 상상한다.
제주의 작업이 자연의 입자를 다시 암석으로 되돌리는 것이라면, 내륙의 작업은 콘크리트, 산업 슬래그, 철근 구조물 등 도시의 물질을 도자 재료로 번역하는 일이다. 나는 이들이 먼 미래의 지층 속에서 어떤 형태의 ‘인공 기원 암석’으로 재구성될지를 상상하며 만든다. 그렇게 도시의 표면을 구성하는 타일들은 미래의 유물이 된다.